매일 아침 써봤니, 꾸준히 글쓰며 노는 것의 힘
- 리뷰/책리뷰
- 2018. 3. 5. 06:58
얼마 전 퇴사를 하고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왓챠’에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러다 <공범자들>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 중간에 MBC PD라는 사람이 회사의 뻥 뚫린 복도에서 “김장겸은 사퇴하라!”라고 크게 외치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하는 장면을 봤다. 그 장면을 보며, ‘와 저 사람 좀 멋있네’ 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얼마 뒤, 평소 즐겨 사용하는 ‘리디북스’의 베스트셀러 란에 글쓰기 관련 책이 올라온 것을 봤다. 책의 저자를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었다. MBC 복도에서 용기 있는 외침을 하던 바로 그 PD였다. 호기심에 책을 구하여 읽게 됐고, 책에 감명을 받아 지금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영화 <공범자들>에 나왔던 김민식 PD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노는 인간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만큼 노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성장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습니다. 경쟁의 사다리를 거쳐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오르는 사람도 있는데요. 지금은 올라야 할 피라미드를 바꿀 때입니다. 현재 노동시장은 노동자의 기술과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피라미드 구조를 띱니다. 꼭대기에는 소수의 고숙련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인이 자리를 잡고, 이들이 대부분의 창의력과 혁신을 담당하지요. 노동자 절대다수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에 종사합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가 기계화되거나 자동화되면, 이들은 아직 기계화되지 않은 다른 직종으로 옮겨갑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아래쪽을 로봇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차지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피라미드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이 경쟁에서 사람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포크레인과 인간이 누가 더 삽질을 잘하나 대결하면 그 결과는 뻔하니까요.
앞으로는 인간의 수명이 늘고, 실업률도 높아집니다. 곧 긴 시간 놀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일을 하지 않는 인간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까요? 놀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도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아주 잘 놀아야 합니다. 온종일 힘들게 일하거나 공부할 때는 잠깐의 여가 행위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수동적인 행위로도 여가를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일과 공부에 더는 전력투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TV를 보거나 남의 블로그 구경하는 것만으로 24시간을 채우기 힘듭니다. 소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도 생기고요. 바로 자아실현과 표현의 욕구 말이에요. 그걸 채우기 위해 우리는 놀이의 피라미드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 위로 올라갈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디어의 소비자에서 헤비 유저로, 다시 생산자로 오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취업 빙하기’라는 말이 도는 시대다. 퇴사 후 3번째 공채 시즌은 맞는 나는 실업률이 높아져 긴 시간 놀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피부로 와 닿았다. 그동안 놀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었는데, 그에 대한 변명을 해주는 것도 같아 더 좋았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이왕 노는 김에 생산적으로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나는 나름 ‘다독가’로 알려져 있었다. 일주일에 최소 1권 정도는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매일 ‘울트라다이어리’라는 인터넷 일기장에 나름 글쓰기도 꾸준히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말대로 이제 일기장이라는 밀실에서 나와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향해 글을 쓰면 내 자신이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래의 구절을 읽으며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표현되지 않은 재능은 그냥 머릿속 숱한 망상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유미의 세포들>이 재미난 웹툰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작가가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세상 모든 일은 ‘일단 해봐야’ 합니다.
그동안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의 말대로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 - 다이어트』에서도 다음과 같은 비슷한 구절을 읽었던 것도 떠올랐다.
변화라는 것은 원래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실패를 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그 사람의 게으름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이 실패를 하는 이유는 뇌가 변화하는 속도에 맞게 계획이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계획을 뇌에 강요하는 것은 마치 날아오는 총알을 입으로 잡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어떤 해결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의 실행 가능성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도 실현을 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 쓸모가 없듯이 말이다.
-스티븐 기즈, 『습관의 재발견 - 다이어트』, 북씽크(2017)
좋아하는 여성과의 데이트를 하루 종일 구상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아침 써봤니?』는 쓰기로부터 시작되는 ‘능동태 라이프’를 시작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책이다.
이에 더해서, 저자는 블로그를 통해서 생각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수 억원을 예금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만큼 매달 수익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일이 돈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오늘날에 블로그를 잘만 활용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글쓰기만큼 남는 장사도 없고, 그 글쓰기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블로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일상의 이야기들을 글로 쓰며 노는데, 돈을 준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은 사람. 글쓰기를 좋아해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싶은데, 남의 평가가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 일상의 이야기들을 글로 쓰며 보이지 않던 일상의 꽃들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1,000명의 은퇴한 남성을 조사한 한혜경 교수님은 은퇴 후 활동 중 하나로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남자가 나이가 들면 체력은 약해지지만 감성은 더 풍부해집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글을 남길 수 있어요. 글쓰기를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맑아집니다. 일흔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에게 물었대요. 한글을 배우니까 뭐가 좋으냐고.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안 보이던 꽃이 보이더라.”
블로그도 그래요, 하루하루의 삶을 기록하다 보면 주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내 삶의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 집니다. 여러분께도 감히 권해드립니다. 블로그로 삶의 순간순간을 기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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