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들여다보는 빅데이터의 힘

반응형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더퀘스트, 2018


  올 여름에 교내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과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SQL, 파이썬, R 등 빅데이터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정작 빅데이터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선 배우지 못했다. 수학에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생략하고 문제만 주구장창 푼 느낌이었다. 그래서 빅데이터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특정 검색어의 추세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를 연구했다. 그리고 그 연구로 경제학 박사를 받고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로 스카웃된다. 그리고 지금은 뉴욕에 살며, 검색창 속에 담긴 사람들의 솔직한 용망에 대해 <뉴욕타임즈>에 칼럼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점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재미있다.


  구글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책에서 구글 검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글 검색이 그토록 귀중한 이유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솔직한 생각을 내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친구, 연인, 가족, 설문조사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남자 성기 크기', '여자 질 냄새', '섹스 없는 결혼생활', '정신건강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는 말하기 쉽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고 공유한다. 실제로 필자의 블로그에는 우울증에 관한 책을 읽고 쓴 포스팅이 있는데, 포스팅을 공개한 이후 블로그 유입 키워드 순위 1위가 바로 '우울증 극복방법'으로 바뀌었다.


- p. 148

  여담인데, 남성 성기와 관련해 구글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는 내 성기는 얼마나 큰가요?’이다. 남자들이 자를 드는 대신에 구글에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게 바로 디지털 시대의 정수가 아닐까?

  여성들도 성기 크기에 관심을 가질까? 구글 검색에 따르면 좀처럼 그렇지 않다. 여성이 상대의 남근에 관해 한 번 검색할 때, 남성이 자신의 성기에 관해 170번 검색한다. 여성이 상대의 음경에 관해 검색하고 관심을 둔다면 그 내용이 크기와 연결될 때가 많기는 하지만 반드시 작아서는 아니다. 음경 크기에 대한 불만의 40%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섹스 중의…’라는 문장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는 통증이다(‘출혈’, ‘오줌’, ‘울음’, ‘방귀2~5위를 차지한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이 구글에서 검색되는 흥미로운 검색과 진실들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특히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평소에 사람들로부터 듣기 힘든 솔직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이 SNS에 대한 진실을 다루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 p. 179~180

  페이스북은 친구들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게 사는지 자랑하는 디지털 허풍약이다. 페이스북 세상에서 보통의 성인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카리브해로 휴가를 가고, <애틀랜틱>(필자 생각 : 한국으로 치면 DBR)을 정독한다. 실제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난 채 슈퍼마켓 계산 줄에 서 있고, <내셔널인콰이어러>(필자 생각 : 한국으로 치면 MAXIM)를 몰래 보고, 수년간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은 배우자의 전화를 무시한다. 페이스북 세상에서는 가정생활이 완벽하다. 실제 가정생활은 엉망이다. 얼마나 엉망인지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 세상에서는 토요일 밤이면 모든 젊은이들이 근사한 파티에 간다. 실제로는 대부분이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페이스북 세상에서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와 다녀온 행복한 휴가 사진을 26장 올린다. 실제 세상에서는 이런 사진을 올린 직후, 구글에 남자친구가 나와 성관계를 갖지 않으려 해요라는 질문을 올린다. 이때 그 남자친구는 <최고의 몸매, 최고의 섹스, 최고의 구강성교>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2. 진실이 위안을 준다.


  이 책에서 다룬 다양한 진실을 읽으며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묘하게 뭔가 위안을 받았다. 평소에 내가 하던 고민들이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책의 제목과 같이 이제는 사람들이 모두 어느정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SNS 세상처럼 남들이 모두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을 다른 사람들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 p. 186

  우리가 꼭 이것을 알아야 할까? 구글 검색, 포르노 데이터, 누가 무엇을 클릭하는지 아는 것대단한데. 우리가 정말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겠군하는 생각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끔찍한데. 우리가 정말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유용하다. 마크 저커버그나 클릭수와 고객수를 늘리려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다. 이 지식을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도 세 가지 있다.

  첫째, 불안에 잠기고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안도할 수 있다. 남들도 자기 외모에 자신 없어한다는 걸 알면 마음이 놓인다. 사람들, 특히 성관계를 그리 많이 갖지 않는 사람들이 온 세상이 토끼처럼 밤낮없이 애정 행각을 벌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위로가 된다


3. 막연히 들어왔던 빅데이터의 강점에 대해 정리가 된다.


  최근 4차산업혁명이 이슈가 되면서 각종 미디어와 SNS에서 빅데이터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막연히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빅데이터에 중요성에 대해 많이 들어왔지만, 사실 빅데이터가 뭔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막연히 들어왔던 빅데이터의 강점에 대해 알게 됐고 정리가 되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빅데이터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이다. (ex. 포르노 사이트 Porhub 데이터)

  2) 솔직한 데이터이다.

  3)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다. (ex. 1991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맨유가 얼마나 인기있는지)

  4) 인과적 실험이 실행 가능하다. (ex. A/B 테스트 : 무작위 대조실험)


  정리하자면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히면서 약간의 위안도 얻고 빅데이터에 관해 정리도 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빅데이터에 관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은 없다. 빅데이터가 뭔지에 대해 재밌게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