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의 심리분석, 게임 폐인이었던 의사의 중독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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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회사를 그만둔 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게임을 손댔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의 무료함을 사이버 세계의 짜릿한 성취감이 달래주었다. 그리고 이후 열흘간 하루 14~15 시간씩 게임을 했다. 대소변을 보는 시간도 아까워 최대한 참아가며 미친 듯이 게임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온몸이 아프면서 "이게 무슨 미친짓이지?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책을 발견했다.


"몇 년 이상의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고, 그러다가 어느 날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첫 번째 결정적인 사건은 건강의 급격한 악화였다. 신체적 증상이 심상치 않았고 이러다가 심장마비나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갑자기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심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 책의 저자인 Andrew P. Doan은 미국의 아주 유명한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게임 중독에 빠져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얘기해준다.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에 책을 읽으며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게임 중독에 빠져 있었으면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왔던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나는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저자는 한 번 어떤 것에 중독된 중독자들은 영원히 중독자라고 했다. 즉, 담배를 한 번이라도 핀 사람이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평생 담배를 참는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만약 자신이 게임 중독자라면 "오늘은 1시간만 해야지..", "게임은 하루 2시간씩만 해야지!" 와 같은 것들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3년 이상 게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게임을 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나는 약물중독이나 다른 행위 중독과 유사하게 예전에 중독자이면 항상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사교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다. 마약 중독자들은 가끔 마약을 사용할 수 없다. 게임 중독자들은 게임하는 것을 조절할 수 없다. 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일 년 동안 1,400시간 이상을 써버렸다.

하지만 심지어 비디오 게임을 하지 않았던 3년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욕구를 느꼈다. 중독은 평생 가는 것이다. 한 번 중독자였으면 평생 중독자인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초등학교~중학생까지 굉장한 게임 중독자였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하여 초등학교 3학년 때 벌써 안경을 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게임을 잠시 끊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 우연이 <피파 온라인>을 접하면서 (필자는 축구광이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광팬이다. 위에서 언급한 14시간씩 한 게임도 <Football Manager>다.) 게이밍 노트북을 사게 되고, 다시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됐다. 역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들을 많이 했던 시기는 고등학교 ~ 대학교 2학년까지다. 즉, 게임을 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아래의 구절처럼 게임을 하면서 나에게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온 힘을 다해 게임에 몰두함으로써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스스로 손익 계산을 해 본 것이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취미생활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부적절하거나 너무 소모적인 취미라고 판단했다. 이 시간에 내가 책을 집필하거나 논문을 작성한다면 오히려 내 경력에 도움이 되고 조금이라도 경제적 보상을 받았겠지만, 이제 바둑(저자는 인터넷 바둑 게임에 중독됐었다)은 나에게 긍정적인 보상을 거의 주지 못한다. 이런 마음과 생각의 배경과 진행 과정이 있고 난 후 나는 거의 단번에 인터넷 바둑 게임을 그만두고 말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한 것은 필자 입장에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을 검색한 내 자신에게도 칭찬해주고 싶다. (웃음). 이 책을 읽고 나는 게임의 위험한 중독성에 대해 깨닫게 됐으며, 그것이 생각보다 인생에 있어 굉장히 치명적인 독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중독 치료법은 사실 개인적으로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저자의 경우 신앙의 힘으로 중독을 치료했다고 했는데, 무신론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조언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충격적인 인터넷 중독자들의 사례들과 저자의 경험담들을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이유는 충분히 제공해준다.


  아직까지도 게임 중독을 마약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보건 기구에서 올 5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할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관련기사 링크).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게임 중독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만은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게임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러한 중독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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