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 과학적으로 검증된 우울증 극복 방법
- 리뷰/책리뷰
- 2018. 7. 16. 07:30
자존감이 붕괴된 한국 사회
"서점의 판매대는 한 나라의 문화·사회 현상을 전달하는 최고의 매체이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대를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싶다면 서점에 가서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사이토 다카시, 『독서는 절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렇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한 나라의 사회 현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자, 그럼 최근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어떤 책들이 올라와 있을까?
2018. 07. 14. YES24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
베스트셀러 5위, 7위, 11위, 12위의 상위권 책들이 모두 '우울증'과 '위로'에 관한 책들이다. 위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사람들이 위의 책들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베스트셀러 목록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우울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찍이 작년에 나온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18』의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에서 한국 사람들의 자존감이 붕괴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이 책에서 나온 자존감 붕괴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한국 사회의 시대적 불안이다. 현대의 조직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자기 효능감을 갖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중장년층이 적응하지 못하며 그들의 자존감이 붕괴되고 있다.
둘째, 무너지는 계급 사다리와 흐려지는 희망이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젊은층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박봉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취업 빙하기' 시대를 맞아 꿈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점차 막히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꿈은 이제는 꾸기조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틸 뿐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우울'하다는 것은 흔한 증상이다. 감기와 같은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우울하다고 해서 언제까지 우울하게 살 수 만은 없다. 인생의 목적은 결국 '행복'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울함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들을 알려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앨릭스 코브의 『우울할 땐 뇌과학』이다.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과학』, 심심, 2018
1부 하강나선에 갇힌 뇌 : 당신이 우울한 이유
『우울할 땐 뇌과학』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 전반부에서는 뇌를 우울하게 만드는 '하강나선'을 작동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흔히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저 항상 슬픈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사실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꼭 슬픔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증상을 겪고 있다면 당신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 대개는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감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었다고 느낀다. 희망이 없고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만큼 절망적이다. 예전에 재밌어했던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음식도, 취미도, 기력도 급속도로 떨어진다. 모든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유를 설명하기도 힘들다. 어떤 일도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잠들기 어렵고, 잠들더라도 계속 잠든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아픔과 통증을 훨씬 극심하게 느낀다. 집중이 안 되고 불안하고 수치스럽고 외롭다.
- 불안이 언제나 분명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든 심한 불안은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다.
- 우울증에는 충동성, 대처 기술 저하, 중독, 꾸물거림 등이 자주 동반된다. 피로감이나 동기 결여가 포함되기도 한다.
왜 항상 나의 인생은 빌어먹을 사건으로 채워져 있을까? 왜 항상 나만 가혹한 환경에 처하는걸까? 그것은 불행히도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일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길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주웠다고 생각해보라. 오호, 그냥 기분이 좋다. 자 이제 반대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길을 가다가 주머니에 있어야 할 5만원짜리 지폐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라. 기분이 어떤까? 매우 좋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 회로는 부정적인 것에 의해 더 쉽게 활성화된다. 뉴스에서 좋은 소식보다는 온통 부정적인 소식들만 나오는 이유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위의 내용과 같이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여 우울증에 이르게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불안함이나 우울함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상승나선은 시작된 셈이다. 이해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해는 인정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그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화는 어려워진다.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그러나 뇌는 가변적이다.
2부 상승나선을 만드는 뇌 : 우울증을 극복할 과학적인 방법들
2부에서는 드디어 우울증을 극복할 방법들이 나온다. 하강나선에 빠진 뇌를 다시 상승나선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에서 다음과 같은 호르몬들을 분비시켜야 한다.
세로토닌 : 의지력,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킨다.
노르에피네프린 : 사고와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증강한다.
도파민 : 쾌감을 증가시키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꼭 필요하다.
옥시토신 : 신뢰감, 사랑, 연대감을 증진하고 불안에 떨어뜨린다.
가바 : 긴장을 풀어주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멜라토닌 : 수면의 질을 높인다.
엔도르핀 : 고통을 완화하고 고양된 감정을 안겨준다.
엔도카나비노이드 : 식욕을 증진하고 평온함과 안녕감을 증가시킨다.
위와 같은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뇌과학적인 방법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햇볕을 쬐자.
- 나가서 햇볕을 쬐자.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을 돕는다. 게다가 밤에 푹 자게 도와주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그러니 실내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한낮에 적어도 몇 분은 바깥에 나가도록 노력하자.
- 낮에는 환하게 생활하라. 낯 동안의 밝은 빛은 일주기 리듬에 맞추도록 도와주고 수면의 질을 향상한다. 그러니 몇분이라도 햇볕을 쬐며 산책해보자. 세로토닌이 증가하고 통증이 감소하는 효과까지 더해질 것이다.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한 후 회복 중인 환자들을 관찰한 연구가 있는데, 햇빛이 잘 드는 병실에 머문 환자들이 스트레스도 적고, 진통제도 덜 필요로 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창가에 있거나 밖에 나가기 어려운 경우라면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환한 조명 아래에서 일하도록 하자.
- 인간이 처음 진화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LED 화면과 형광등으로 밝힌 칸막이 사무실이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태양에서 빛을 얻었다. 햇빛에는 인공조명보다 확연히 우위에 있는 장점들이 있다.
우선 햇빛의 자외선을 피부로 흡수하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진다. 비타민 D의 여러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둘째로 햇빛은 대부분의 인공조명보다 훨씬 강렬하다. 사무실 전등이 아주 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 눈이 주위의 밝기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맑고 화창한 날 햇빛의 광도는 그보다 1백 배는 더 밝다.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을 향상하고 세로토닌 수송체가 재흡수되는 것을을 막는다(이는 항우울제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푸르게 보이도록 하는 햇빛의 산란광은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광수용체를 자극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그러므로 인공조명보다 질 좋은 수면을 촉진하는 데 훨씬 뛰어나다.
2. 사람을 만나자.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다른 사람들 곁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관계의 질이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같이 할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 하강나선은 혼자 있을 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분이 점점 처진다고 느껴지면 도서관이나 커피숍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라.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3. 일단 뭐라도 결정하자.
-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 불안과 걱정을 촉발한다. 대개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불쾌해진다. 걱정해야 할 게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면 편도체의 반응성이 아주 커진다. 그러니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선택의 폭을 좁히고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려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한 가지를 결정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런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우리는 각각의 선택에 어떤 결점이 따를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 내리기를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분적이라도 맞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더 낫다.
4. 운동하자.
- 내가 쓰는 ‘운동’이라는 말은 그냥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헬스장에 가거나 멋진 운동복을 사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몸을 좀 더 움직이고, 너무 앉아서 꼼짝도 안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 운동은 우리에게 유익하다. 심장과 허리둘레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뇌에도 좋다.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를 계속 우울한 상태로 만드는 회로들에 효과가 좋다. 우울증을 야기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신체적으로
▶ 우울증은 몸을 무기력하고 피곤하게 만들지만, 운동은 몸에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
▶ 우울증은 종종 수면 패턴을 무너뜨리지만,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여주고 뇌의 회복을 돕는다.
▶ 우울증은 식욕을 엉망으로 만들어 너무 적게 먹거나 정크푸드를 먹게 한다(실제로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운동은 식욕을 증진해 식사를 즐겁게 하고 건강을 개선한다.
* 정신적으로
▶ 우울증은 집중을 어렵게 하지만, 운동은 정신을 예리하게 만들고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 우울증은 에, 그러니까…. 우울하게 만들지만, 운동은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또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떨어뜨리고 자존감을 높인다.
* 사회적으로
▶ 우울증은 대체로 우리를 고립되고 외롭게 만든다. 반면 운동은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
- 운동은 근육을 키워주지만 뇌도 강화한다. 운동을 하면 BDNF (뇌유래신경영양인자) 같은 신경성장인자가 증가하는데 이는 뇌의 스테로이드 같은 것이다. BDNF는 뇌를 튼튼하게 만들어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에 대항할 힘을 길러준다.
- 게으름 타파 규칙 세우기. 3층 이하는 언제나 계단으로 다니겠다고 작심하라. 볼일을 보러 갈 때 2km 이내의 거리는 걸어가고 3km 이내는 자전거를 타겠다고 결심하라. 계단이 옆에 있을 때는 절대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건물 입구와 가까운 곳을 찾느라 주차장을 빙빙 돌지 말고 제일 처음 발견한 빈자리에 차를 세워라.
5. 심호흡을 하자.
- 안절부절못하거나 나쁜 습관인지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껴질 때는 숨을 깊이 들이쉬어라. 천천히 내쉬고 다시 한 번 깊이 들이쉰다. 길고 느린 호흡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진정시킨다.
- 불안하거나 무언가에 압도된 느낌을 받았을 땐 느린 호흡이 도움이 된다. 천천히 여섯(경우에 따라서는 여덟)을 세면서 코로 숨을 들이마신다.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2초 정도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여섯을 세면서 코를 통해 숨을 내쉰다.
가수 아이유씨도 연습생 시절부터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일기를 써왔다.
오늘날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되었다.
일기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된다.
그만 침대에서 나와라 : 결국은 '실천'의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며 "또 뻔하고 당연한 소리를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영원히 하강나선에 갇혀 우울하고 불안한 인생을 살면 된다. 달콤한 변화의 과실을 먹을 수 있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실천'의 문제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 그만 침대에서 나오자. 서점으로 향하자.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상승나선이 시작될 것이다. 책을 읽었다면 책에서 읽은 방법들을 실천하자. 그리고 우울의 늪을 빠져나와 활력 있고 행복한 삶을 살자.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장기) 취준생들에게 특히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필자도 광탈, 취업, 퇴사를 반복하며 벌써 4번째 취업 시즌을 맞는 장기 취준생이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었지만 이 책을 읽고 실천한 결과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취준생 뿐만 아니라 우울증 증상을 겪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우울증을 극복하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지금보다 좀 더 밝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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