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은퇴 후 창업과정과 농축산업의 비전
- 리뷰/책리뷰
- 2018. 12. 28. 07:30
이도헌,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스마트북스, 2016
얼마 전 돼지와 관련된 기업에 취직이 됐다. 다음 주부터 입사를 하게 되는데, 필자는 문과 출신으로 돼지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의상(?) 돼지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는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에 임원이던 저자가 퇴사 후 돼지농장을 시작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농축산업의 비전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쉽게 읽히면서 재미있다. 책의 전반부에 저자가 금융 회사를 퇴사하는 과정과 돼지 농장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서 한 직장만 다니면서 평생 먹고살기는 힘들어진 시대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은 언젠가는 퇴직 후 제2, 제3의 직업들을 찾아서 꾸준히 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40대에 잘나가는 금융 회사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제2의 직업으로 돼지농장을 하게 되는 저자의 이야기가 언젠가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흥미진진하게 봤다. 또 농촌에 들어가 새로운 사업인 돼지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겪게 된 우여곡절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그림으로 정리한 도시와 농촌의 관계
둘째, 금융권 출신인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 과정과 결과물을 보는 것이 좋았다. 저자인 이도헌 씨는 퇴직 후 시작할 사업의 분야를 정하기 위해 각종 산업과 아이템을 분석하는 과정이 나온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떠한 요소들을 분석하여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을 통해 저자가 왜 농축산업과 돼지를 선택했는지, 농축산업의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 p. 26
세상이 바뀌어도 먹어야 산다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노력하여 이룬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나갈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먹거리’, 그중에서도 농축산업과 같은 먹거리와 관련된 ‘1차 산업’이었다. 세상이 바뀌고 첨단 기술이 변해도 사람은 먹어야 산다. 먹거리 산업에는 빵 가게, 식당 등 도시형 업종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맛은 수시로 변하고 유행에 민감하니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유행이 변해도 먹거리의 원재료가 되는 1차 산업 생산물의 수요는 변함없을 것이다. 나는 먹거리 관련 1차 산업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새 출발을 위한 큰 방향은 잡은 셈이다.
p. 32~33
어떤 업종을 택할 것인가? 사실 좋은 업종이란 없다. 다만 일반론적으로 말해서, 시작하기 쉬운 업종일수록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반면 시작이 힘든 업종일수록 일단 성공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귀농을 준비하는 나 같은 신참자에게 업종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신참자가 처음 접하는 업종에서 기존의 경력자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좋은 업종을 선택해야 업황에 기대어 생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창업을 해서 뒤에 고생하는, 즉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오는 업종이 아닌, 시작이 어렵더라도 점진적으로 기반을 잡는, 즉 울고 들어가서 나중에 웃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업종에 도전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인 것이다.
- p. 46
그리고 또 한 가지, 업계 분위기를 들어보니 의외로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돌아와서 농장을 승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괜찮은 사업이 아니라면 굳이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2세 승계 사례는 돼지농장이 해볼 만한 사업이라는 반증이었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읽은 책이지만, 크게 만족했던 책이다. 돼지와 관련된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 가볍게 읽기에 좋을 듯 하다. 231 페이지 밖에 되지 않고 에피소드 위주이기 때문에 빠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퇴직 후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사업 초기의 각종 어려움들이 생생하게 잘 나와 있어 간접 체험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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