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1 - 김 부장 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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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총 3편으로 되어 있는 시리즈물이다. 장르는 일단 소설이다. 작가인 송희구는 책을 쓰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한 시간씩 글을 써서 온라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다.

 

  1편은 김 부장 편이다. 김 부장은 대기업에 다니는 나름 성공한 직장인이다. 대기업 부장이니 연봉도 꽤 되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언제 정리될지 모르는 자신의 미래에 걱정하며 다음 단계인 임원이 되기 위해 주말마다 접대 골프를 다니는 처지이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다른 팀 부장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김 부장은 공장으로 발령이 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김 부장은 모든 의욕을 잃고 결국에는 퇴사까지 이르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직장 생활의 모습이 굉장히 극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책이다. 다음으로 소설이지만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의 느낌도 섞여 있는 책이다. 김 부장의 꼰대와 같은 모습을 통해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는 팀원들에게 저러면 안 되겠다'라는 것을 배울 수 있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아랫사람들에게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을 주로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머리도 식힐 겸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 속에서

(출처 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전자책으로 읽어 페이지는 생략)


 

- "또 하나 얘기하자면 말이야.일이라는 건 무조건 열심히, 오래, 많이 하는 게 다가 아니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해. 김 부장이 주는 장표나 보고서는 감동적이야. 꼼꼼하고 빈틈없고 완벽해. 그런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뭐가 중요한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핵심이 없어.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이 필요한데, 자네 보고서는 이미 다 아는 걸 보기 좋게 정리만 했다는 느낌이야."

  상무가 잠시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어간다.

  "김 부장이 원칙을 잘 지키는 건 좋아. 그런데 그 원칙이 고지식으로 변하면 안 돼. 효율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게 유연해야 할 필요도 있어. 김 부장처럼 열심히만 하는 사람들은 널렸어."

 

- "팀장은 리더야. 보고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보고서에는 팀원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어야 해. 팀장이 전부 필터링해버리면 그건 팀 보고서가 아니지. 리더는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구성원들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이야. 팀원일 때는 우사인 볼트여도 상관없지만 팀장이 되면 히딩크 같은 감독이 되어야지."

 

- 지난 일이 생각나는지 상무는 목에 핏대를 세운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상대가 대리든 사원이든 계약직이든 가리지 않고 물어봐. 김 부장 그거 알아? 내가 송 과장한테 아파트 물어봤다고 했을 때 자네 표정이 어땠는지?"

  김 부장의 표정이 굳어진다.

  "사람은 얼굴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어. 회사생활 오래 하면서 느낀 건데 말이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이냐,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난 거야. 배우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 그런데 자기가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은 스스로를 더 고립시킬 뿐이야. 결국 혼자만 남는 거지."

  상무는 김 부장의 눈을 쳐다본다.

  "김 부장은 어디에 해당되는지 잘 생각해봐.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야.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창피한 거지."

 

- 당신이 예전에 아들이 게임하고 있다고 컴퓨터 선을 가위로 자르고 디스켓까지 다 버렸던 거 기억 나?"

  "….."

  김 부장은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괜히 눈만 굴린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아들이 진짜 많이 울었어. 종일 공부하다가 그때 잠깐 게임한 건데 마침 그 모습을 당신이 본 거거든. 그 뒤로 나는 이 아이의 울타리 같은 안식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마구간의 말들도 위협을 느끼면 난폭해지잖아. 사람도 그래. 조이면 조일수록 더 튀어나가려고 하는 법이고. 집은 물리적 안식처, 나는 정신적 안신처. 내가 당신과 싸우는 모습도 아들한테 보여주기 싫었어. 그러면 집도 나도 아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없으니까…."

 

- 아내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끌어안으면서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상대방을 존중해야 더 결속력이 생기더라. 말로 설명이 쉽지가 않네. 당신이 회사에서 늦게 돌아와도 내가 별 말 안 했지?"

  "."

  "내가 만일 빨리 들어오라고 닦달했으면 당신은 집에 들어오기 싫었을 거야. 구박하는 마누라가 집에 있는 것보다 당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고 만들어주고 싶었어."

 

-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인데 애초에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어. 아무도 답을 모르거든.

 

- 그랬다. 건물주든, 공인중개사든, 세차장 주인이든, 카센터 사장이든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

 

별점 : ★★★☆ (3.5점/5.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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