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 달리고 달렸던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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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 기대 이상이었던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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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펜타포트 토요일 라인업이다. 주최측에서 토요일이니 한 번 죽어봐라 하고 짠 라인업인 것 같았다. 달리는 분들이 많은 라인업었다. 사당역에서 1시 반 꽃가마를 타고 출발했다. 펜타행 꽃가마는 처음 타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 지하철 보다는 훨씬 비싸긴 했지만, 돈을 낼 만한 편안함이었다.


잔나비



  2시 반쯤 도착하니 잔나비가 메인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보컬이 잘생겼고, 생각보다 잘놀았다. 제대로 보진 않았다.


DTSQ



  다음으로 서브스테이지에서 DTSQ란 밴드가 공연을 했다. 처음 보는 밴드였는데, 기타리프? 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계속 고조만 시키다가 폭발하는 부분이 없어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간만 보는 느낌에 지쳐 보다가 나왔다.


크래쉬(CRASH)



  DTSQ 공연을 갔다 오니, 잔나비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피커가 빵빵하게 채워져 있었다. '와 이거 제대로 달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래쉬 형님들께서 올라오셨다. 땡볕이고 너무 더운 여름이었지만, 여긴 락페였다. 펜타 부지에 서 있는 관객들은 이 더위를 감수하고도 음악에 몸을 맡기러 집을 박차고 나온 위인들이었다. 보컬 안흥찬 형님에 "야 너네 좀 더 미친듯 뛰어봐. 날이면 날아다 오는 날이 아니잖아. 특별한 날이잖아!" 라는 말에 무대는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선우정아



  크래쉬 공연이 끝나고 서브 스테이지에서 선우정아의 무대가 시작됐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했던 크래쉬 공연에서 미친듯이 슬램을 해서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 그래서 무대 끄트머리에서 멀찍이 리듬만 타면서 공연을 감상했다. 선우정아씨는 공연 시간이 30분밖에 안돼서 곡들을 메들리로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리고 멘트 칠 시간에 한 곡이라도 더 부르겠다면서 최대한 멘트를 줄였다. 그녀의 프로 정신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무대도 정말 끝내줬다. 선우정아씨의 곡은 <비온다>와 <봄처녀>밖에 몰랐지만, 처음 들어보는 곡들도 하나같이 좋았다. 최근 김동률씨가 페이스북에 그녀의 공연을 갔다가 감동받았다고 했는데 왠지 알 것 같았다. 언젠가 그녀가 콘서트를 한다면 가게 될 것 같다.


펜타의 전설,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다음은 내가 펜타에 온 이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일본 밴드 'CROSSFAITH' 공연이었다. 16년 펜타, 17년 홍대 콘서트 이후 벌써 세 번째 공연이다. 하 도대체 이런 밴드를 왜 16시 50분에 배치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시작 전부터 락덕후들이 설레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 역시도 굉장히 설렜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이 미치기 시작했다. 다들 아주 작정하고 뛰어다녔다. 너무 행복했다. 여기 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헤드뱅잉을 하고, 슬램을 했다. 장담하건데 올해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희로애락이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다. 하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OMEN>을 연주할 때 나는 그만 발목을 접질렀다. 너무 흥분해서 그랬던 것 같다......


  <OMEN>은 공연 중후반부 곡이었다. 발목이 너무 아파서 쩔뚝이면서 나머지 공연을 관람했다. 슬램이 너무 하고싶었는데, 발목때문에 도저히 하지 못했다.


  그렇게 크로스페이스 공연을 즐기고 발목을 내주었다.


  같이 온 친구가 크로스페이스 공연 직후에 KB 쿨존이라는 곳에 예약을 해두었다. KB 회원이면 약 20분간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쿨존에서 쉴 수 있게 해주는 행사다. 쩔뚝이며 쿨존으로 향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펜타포트에서의 저녁식사



  탈진 직전이었던 우리는 이후 공연을 포기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펜타의 명물 김치말이국수와 이번에 새로 온 호랑이 막창. 최고의 조합이었다. 막창의 느끼함을 김치말이국수가 잡아주며 환상의 콤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김치말이국수의 육수는 탈진 직전이었던 나의 몸에 수분을 공급해주었다.


THE KOXX, 글랜체크, MIKE SHINODA



  발목이 너무 아파서 이후 공연인 KOXX, 글렌체크, MIKE SHINODA는 앉아서 관람했다. 너무 아쉬웠다. 앉아서 본 감상을 말해보자면 KOXX는 뭔가 센척하는 느낌? 이 들어서 별로였다. 최근 사재기 논란 때문에 비호감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편견으로 자리 잡아 그랬던 것 같다.


  다음으로 글랜체크는 뭔가 신세대 음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 이게 얘네 꺼였어?" 하는 어디서 들어본 곡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보컬이 잘생겨서 그런지 여자 관객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MIKE SHINODA의 공연은 최근의 일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이었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도 있었다. 슬펐긴 하지만 솔직히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가 없었다. 혼자서는 역부족인 느낌이었다.


더 블러디 비트루츠(The Bloody Beetroots)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해 펜타포트의 최고의 수확이었던 더 블러디 비트루츠(The Bloody Beetroots). 뭐하는 밴드고 누군지 전혀 몰랐다. 웬 복면을 쓰고 공연을 하나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인체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발목을 잃은 나는 이번 역시 서브 스테이지 앞의 잔디밭에 앉아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나는 무대에 "와 이거 안되겠는데?" 라는 말을 내뱉으며 나는 쩔뚝이는 걸음으로 서브 스테이지로 향했다.


  이들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하면서 말초를 자극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시간 내내 달리는 곡으로만 채웠다. 쉴틈이 없이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들도 지지 않았다. 1시간 내내 미친사람들처럼 놀았다. 


  그 중심에 있던 나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발목이 아퍼 헤드뱅잉만 하며 공연을 즐긴지 약 30분.. 어느 순간 발목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격투기 선수들이 흥분하면 맞아도 아프지 않다던데 바로 이런건가? 싶었다. 또 축구선수들이 결승전을 앞두고 진통제를 맞고 뛰는 느낌이 이런건가? 싶었다. 신기하게도 발목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당시 나의 상태는 흥분 300%. 슬램을 하고 싶어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마침 갑자기 아프지 않은 발목.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살기로 결정한다. 쩔뚝이면서 무대로 향했던 남자가 그렇게 남은 30분 내내 슬램을 했다. '인체의 신비'를 경험한 잊을 수 없는 무대였다. 시쳇말로 '개쩔었다'.


  아래는 내가 찍은 것은 아니고 꽃가마 카톡방에서 사람들이 공유해 준 것을 모았다. 좋은 공연 만큼 멋진 사진들이 많이 탄생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공유해준 직캠들과 내가 직접 찍은 직캠도 공유한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마지막으로 NIN 공연. 전체적으로 내공이 느껴지는 단백한 느낌의 공연이었다. 더 블러디 비트루츠나 크로스페이스처럼 막 죽자고 달리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깔끔하게 공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광판에 흑백으로 화면을 송출했는데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무대 연출들도 훌륭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인지도 탓인지 전체적으로 관객들이 막 흥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이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헤드라이너답게 클래스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 후 한 관객이 받은 NIN setlist.


교훈


  


  일요일 공연은 결국 발목이 너무 아파서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도 얼리버드로 20% 할인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최근 내가 최애하는 밴드인 <새소년>을 못봐서 아쉽다. 대신 교훈을 얻었다. 다음부터는 '몸조심하면서 놀자' 라는.. 다음주 월요일에 병원을 갔는데 반깁스를 하라고 했다. 공연 불참과 치료비로 돈을 엄청 날렸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추억을 얻은 2018 펜타포트였다. 2019 펜타포트도 얼리버드로 무조건 갈 예정이다. 다시 내년을 기다리며 2018 펜타포트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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