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은 보이스피싱 경험 사례와 보이스피싱 신고 및 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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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8. 24. 07:30
보이스피싱 경험 사례
어느 평일 오후였다. 필자는 다른 날들과 같이 거래처에 영업을 하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010으로 시작되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누군가의 소개로 신규 영업 기회가 아닐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의 주인공은 신규 거래처의 담당자가 아닌 대검찰청 특수2부의 수사관이라고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의 이름을 부르며 본인이 맞냐고 확인했다.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는 30~40대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무튼 이렇게 피싱남과의 7분간의 통화가 시작되었다. 나와 같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 필자의 보이스피싱 경험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보이스피싱 : 예~ 안녕하세요? 홍길동씨 맞으십니까?
필자 : 네 맞습니다.
보이스피싱 : 네. 저는 대검찰청 특수2부의 수사관인데요. 홍길동씨 관련된 명의도용 사건 때문에 전화드렸는데 통화 가능하세요?
필자 : 네.
보이스피싱 : 네. 전화받으신 분이 1990년 08월 23일생 본인 맞으시죠?
필자 : 네, 맞습니다.
보이스피싱 : 네. 사건 관련해서 몇가지 안내만 받으시면 되는데요 혹시 주변에 메모지 없으세요?
필자 : 메모지요? 녹음되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보이스피싱 : 아니 이게 녹음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메모지 있으시냐고요 받아 적을 수 있는
필자 : 아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운전 중이었지만 귀찮아서 메모지 찾는 척했다ㅋㅋ)
처음에는 대검찰청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갑자기 좀 긴장했다(혹시 과속이 카메라에 찍혔나?! ㅋㅋ) 하지만 갑자기 메모지를 꺼내라고 해서 이 부분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필자의 노트8은 자동으로 녹음되는 기능이 있다고 분명 말했는데...
보이스피싱 : 김용식이라는 사람이 명의도용을 해서 안내 좀 해드리려고 전화드린 거예요. 이 사람이 전라도 광주 출신에 나이가 42살인 사람인데요 그 혹시 홍길동씨랑 아시는 분이면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필자 : 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요;;
보이스피싱 : 아 그럼 일면식이 없으시다는 거죠?
필자 : 네
보이스피싱 : 네 이거를 왜 여쭤보냐면요. 저희 수사기관에서 김용식 특검으로 인한 금융범죄사기단을 검거한 상태인데요 검거 당시에 김용식이 소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홍길동씨 명의로 된 통장도 같이 발견되어 전화를 드린 거거든요.
필자 : 제 통장이요..??
보이스피싱 : 네 이게 농협은행이랑 우리은행인데 이게 조회를 해보니까 1990년생 08월 23일생 홍길도씨 명의로 되어 있더 라구요
필자 : 아 그래요?
보이스피싱 : 네 이게 최근에 개설된 것도 아니고 2016년 1월 27일 날짜에 경기도 광명시에서 개설되었는데, 이게 홍길동씨가 개설하더라도 굳이 광명시에서 개설할 필요는 없잖아요?
필자 : 네 그땐 제가 광명에 간 적이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 그렇죠. 굳이 광명에 가서 개설할 리가 없는데 개설 지점이 경기도 광명시 철산 지점으로 되어 있어서 전화를 드린 거거든요. 이게 이 사람한테 홍길동씨가 어느 정도 금전적인 대가를 받으시고 양도를 하셨는지 아니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서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 신지 진위여부 파악 차원에서 전화를 드린거거든요?
필자 : 아 저는 지금 A은행과 B은행만 사용하고 있거든요
보이스피싱 : 네 그럼 농협이랑 우리은행은 사용을 안 하신다는 거죠?
필자 : 네 그렇죠.
여기서 무의식적으로 피싱남의 이야기에 몰입해버렸다. 순간적으로 내가 공범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가 어떤 은행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말해버렸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사용 중인 은행을 말해주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좋지는 않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 아 그럼 홍길동씨는 김용식씨와 일면식도 없으시고 금전적인 대가를 받으신 적이 없다라고 주장을 하시는 거네요?
필자 : 네 그렇습니다.
보이스피싱 : 네 근데 어찌 됐건 이 사람이 금융권 종사자였고 다음 주 금요일에 재판이 있다 보니까 홍길동씨가 관련된 사람이 아니다 라는 것을 녹음을 하고 재판장에 제출을 해야 되거든요?
필자 : 아 그래요? ㅋㅋ
보이스피싱 : 현재 혹시 통화를 직장에서 업무를 보다가 전화를 받으시는 거세요?
필자 : 네 그렇습니다.
보이스피싱 : 아이구야. 그러면은 저희가 통화 내용 같은 경우는 녹음을 좀 하고 진술도 좀 받아야 하는데.. 주변에 다른 분들이 없으신 독립된 공간이 없으세요?
필자 : 아 지금 차에 있어서 괜찮습니다.
보이스피싱 : 아 본인 개인 자차에 있으시군요. 자 그럼 이제 저희가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전화받으시는 본인이 1990년생 08월 23일생 홍길동씨가 맞으신가요?
필자 : 네 맞습니다.
보이스피싱 : 홍길동씨는 2016년 1월 27일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농협과 우리은행을 통해서 통장을 개설한 적이 있으신가요?
필자 :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 네. 이 해당 계좌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즉시 동결 처리 및 국고로 환수 조치에 들어갈 거고요. 현재 저희 수사기관에서는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홍길동씨가 진술하신 내용과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가 다를 경우에는 홍길동씨가 법적으로 분리해지실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고지해 드리겠습니다.
필자 : 네 알겠습니다~
이때까지도 아주 몰입을 하고 있었다. 왜 범죄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있다. "OOO씨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피싱남도 뭔가 이런 걸 하나보다 하고 그만 몰입을 하고 말았다.
보이스피싱 : 네 근데 홍길동씨가 A은행과 B은행만 현재 이용 중이시라고 해도 우리은행과 농협에서 계좌가 개설이 되었고 범행에 이용되었기 때문에 거래내역표라든지 사건 내용에 대해서 조회가 가능하시거든요 '형사사법포털'을 통해서요.
필자 : 어디를 통해서요??
보이스피싱 : 나의 사건 조회라는 형사사법포털의 메뉴에서 조회가 가능하신데요. 현재 계신 곳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 사용 가능하시죠?
필자 : 네네
보이스피싱 : 휴대폰으로 인터넷 창 하나만 열어주시죠.
필자 : 왜요? 이거 꼭 봐야 되는 거예요??
완전히 몰입을 하고 있다가 인터넷창을 열어달라는 말에 갑자기 의심이 확 들었다. '혹시 이거 사기인가?'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그래서 의심의 태도로 계속 물어보았다.
보이스피싱 : 한 번 방문을 해주셔야죠. 이게 유선상으로 조사가 진행될 수 없잖아요. 통장이 개설된 거니까. (당황한 기색)
필자 : 네? 어딜 방문해야 된다고요?? (인터넷으로 봐야되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방문해야된다고 해서 황당)
보이스피싱 : 네 한 번 방문을 해주셔야죠 검찰청에..(내가 의심하기 시작하니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고 말끝이 흐려짐 ㅋㅋ)
필자 : 아 언제 가면 되는데요?
보이스피싱 : 그... 이제... 검사님 연결되시면은 스케줄 조절해 보시구요....
필자 : (필자가 말을 끊음) 아니 이게 저만 가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같이 가는 거예요??
보이스피싱 : 아니요. 홍길동씨 혼자 가시거나 보호자분이랑 오시면 되죠
필자가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계속 피싱남의 발언을 되물어보자 피싱남이 당황을 하며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했다ㅋㅋ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계속하였다.
필자 : 근데 이게 도용당한 게 제 거밖에 없어요?
보이스피싱 : 홍길동씨 통장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홍길동씨에게 전화를 드린 거구요 홍길동씨 말고도 사건에 연루된 분들이 많으시죠 명의도용 사건이니까..
필자 : ...네
보이스피싱 : 사건조회 한 번 하시면 되는데 인터넷 창 한 번 열어보시죠?
필자 : 인터넷 창으로 뭘 해야 되는데요?
보이스피싱 : 거기다가 형사사법포털이라고 치시거나 아니면 영어로 폴리스라고 검색해보세요 폴.리.스. P O L I C E
필자 : 꼭 지금 해야 되는 거예요?
보이스피싱 : 지금 하시고 조회하시고 가담하신 내용이 납득이 안 가시면 방문하시면 될 거 아니에요(약간의 짜증ㅋㅋ)
필자가 말을 듣지 않자 드디어 피싱남이 자포자기한 모습과 살짝 짜증의 말투로 바뀌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네이버로 형사사법포털을 치면 되는데 굳이 POLICE 스펠링을 또박또박 불러주고 주소를 치고 들어가라는 것도 너무나도 이상했다ㅋㅋㅋㅋ
필자 : 뭐 어디로 들어가라고요?
보이스피싱 : 형사사법포털 치시거나 폴리스 쳐서 들어가세요 police 픽스? 쩜 케이 알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고 사이트에 풀 주소를 부르기 시작한다. 후에 경찰을 통해서 알게 된 일이지만 보이스피싱남이 불러주는 주소로 들어가게 되면 형사사법포털과 똑같이 생기게 만든 홈페이지로 들어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개인정보나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게 되면 그 정보들이 모두 해킹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불러주는 주소로 절대로 들어가지 말자.
필자는 의심이 되긴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소를 입력해서 들어가진 않았고, 네이버로 검색해서 들어갔다. 네이버에 '형사사법포털'을 검색하니 진짜로 사건조회 페이지가 있긴 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형사사법포털의 주소는 police가 아닌 kics.go.kr이었다. 비로소 필자는 이놈이 보이스피싱이란 걸 확신했다.
필자 : (침묵)
보이스피싱 : 영어로 스펠링을 불러드려요?
필자 : 예? ㅋㅋ
보이스피싱 : 영.어.로. 스펠링을 불러드려야 되냐고요? (짜증)
필자 : 네 들어왔어요(거짓말)
보이스피싱 : 네 거기서 사건 조회하시면 돼요. 사건 조회하시고 궁금한 거 있으시면 국번 없이 1301을 누르시거나 방문을 하시면 됩니다~
필자 : 네~~~
필자가 계속해서 말을 잘 듣지 않자 점점 짜증톤으로 말을 했다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들어간 척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통화를 종료하고 경찰에 물어보니 해당 번호는 대포폰이었고,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대법원과 같은 국가기관에서는 절대 개인정보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 또 국가 기관에서는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에 보이스피싱 관련 뉴스를 보고 '저런 거 도대체 왜 당하는 거지?'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직접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보니 말투도 진짜 서울 사람같이 말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충분히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정보를 이야기하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자.
보이스피싱 신고 및 환급
1. 지급정지 신청
우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먼저 신속히 112나 은행 콜센터에 전화하여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지급정지 신청의 골든 타임은 30분이다. 왜냐하면 모든 은행은 100만 원 이상을 입금받은 계좌에서 30분간 출금과 송금을 할 수 없도록 지연인출제도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 콜센터 번호로 연락하는 것보다는 112로 바로 연락하는 게 빠르다.
2. 환급
다음으로 지급정치 신청 후에는 피해금 환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경찰서에 가서 '피해신고확인서'를 발급받고 은행에 이 피해신고확인서와 신분증, 피해 구제 신청서를 3일 이내에 제출하면 된다.
은행에 해당 서류들을 접수하면 채권소멸 절차를 거치게 되고 이 단계가 잘 끝나면 피해금이 환급이 된다. 채권소멸절차에서 피해금 환급까지는 보통 3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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